채널예스 칼럼니스트, 협업 도구 칼럼니스트. 스튜북스 도서 출판 2권 그리고 <팀장님, 우리도 협업 도구 쓸까요?> 단독 저서 출판까지. 이제는 정말 ‘작가’라 불리며 활동하게 됐다. 2011년 SI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2023년 작가라 불리며 활동하기까지 나는 어떤 경험을 지나왔을까.

이 글에서는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서평, 200개

2010년, 포털사이트가 한국에서 힘을 키우던 그때 블로그의 매력에 빠졌다. 당시에는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 ▲다음뷰 등 다양한 메타블로그가 생겨났고 블로그가 포털사이트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블로그에 관한 책이 서점 매대에 깔릴 정도로 당시 블로그는 핫한 미디어였다.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마치 현재 유튜브처럼 당시엔 블로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어쩌면 나도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글을 쓰는 건 꽤 허들이 높은 작업이다. 당시 읽었던 블로그 책은 하나같이 ‘일단 써라’를 강조했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인정한다. 세상에 없던 콘텐츠를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는데 그만한 내공은 없으니 이래저래 고민만 했다.

그러던 중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K리그 선수와 경기를 분석하고 K리그 팬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싸커래곤이라는 필명으로 작은 게시판을 받기도 하며 잠시 축구 칼럼니스트의 꿈을 꾸기도 했다. 다음뷰에 송고한 글 중 하나가 다음 메인에 걸리며 1만 뷰를 넘었을 땐 정말 축구 칼럼니스트가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내게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게 해줬던 건 축구 칼럼이 아닌 서평이었다.

2010년 어느 날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용돈 대신 서평을 쓰면 2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2010년 최저시급은 4,110원이었다. 그런데 2만 원이라니. 5시간 시급을 받을 수 있다면 이건 꽤 남는 장사다 싶었다.

세용아. 이제 너가 너무 커서 엄마가 가르칠 수가 없겠다. 그러니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 용돈을 줄게.

그때부터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 2만 원은 굉장한 유인 수단이 됐고 어느 달에는 15권을 읽고 서평을 썼던 적도 있다. 이틀에 한 권이라니. 확실히 돈은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처음엔 너무 두껍지 않은 책만 골랐다. 두꺼우면 서평을 쓰기 어려우니까. 소설책도 서평을 쓰기 어려웠다. 너무 전문 서적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자기계발서를 주로 읽게 됐다. 그리고 그게 내게 어떤 트리거가 됐다.

당시 자기계발서는 ‘망설이지 말고 당장 해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자기계발서 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맥락은 ▲자기계발서는 똑같다 ▲읽으나 마나다 등인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자기계발서로 굉장한 변화가 있었는데 맥락은 비슷할 수 있지만 담긴 이야기는 저마다 조금씩 달랐다. 나는 그렇게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읽는 게 너무 좋았다.

내 서평은 ▲한줄평 ▲서평 ▲인상 깊은 문구 등으로 나뉘는데, 인상 깊은 문구를 쓰기 위해 책을 읽으며 컴퓨터에 앉아 문장을 모두 타이핑했다. 정말 좋은 책을 만나면 ‘필사’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타이핑’을 하는 것도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책을 사서 형광펜을 긋지만, 당시에는 학생 신분이라 돈을 아끼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그렇게 200권이 넘는 책의 주요 문장을 모두 타이핑했다.

사회에 나오자 솔직히 책을 읽기 쉽지 않았다. 강제하는 사람도 없었고 누가 2만 원을 준다 해도 굳이 몇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커뮤니티 스튜>에서 친구들과 책을 읽자고 의기투합했고 분기에 1회, 2달에 1회를 지나 매달 모여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3개월 시즌제로 변경해 비슷한 카테고리 책 3권을 읽고, 서평을 쓰고,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나와 함께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아래 신청서를 쓰면 된다. 환영한다.

(클릭) 2023년 스튜 독서소모임 시즌1 신청서

개발자로 일하며 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다. 팀장, 부서장이 되면서는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주요 기술이 돼야 했는데 나는 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의 바탕에는 그동안 2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썼던 게 기본기가 됐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 이야기를 글로 쓰는 사람

언젠가 친구와 TV를 보다가 이런 말을 했다.

나 : 저 사람 너무 멋지다.
친구 : 뭐가?
나 : 책도 쓰고, 강의도 하잖아. 멋지잖아.
친구 : 책 쓰고 강의하면 멋진거야?
나 : 음… 응. 나는 그런 것 같아. 나도 책 쓰고, 강의하고 싶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바랬던 것처럼 책 쓰고, 강의하는 사람이 됐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나는 책을 1차 콘텐츠로 한 2차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스튜 독서소모임을 하면서는 친구들의 서평을 서로 읽으며 피드백하기도 했는데 같은 콘텐츠를 읽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다시 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2차 콘텐츠가 아닌 1차 콘텐츠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22년 신간 출판 종수는 약 6만 1천 종이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약 5천만 명이니 이중 작가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다. 최근 콘텐츠는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발행되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갖는 위상은 의미가 있다. 특히, 지적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자신의 책을 쓰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는 있을 것이다.

서평을 200개 넘게 썼다고 했지만 내가 그동안 200권만 읽은 건 아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 못한 책도 있고 사두고 아직 펼치지 못한 책도 있다. 책의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내려둔 책도 많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한 교수님께서는 ‘책은 사는 것’이라 말했다. 그래서 책은 읽는 것 아닌가요? 했더니.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라 답했다. 그래, 책은 사는 거다.

사실 ‘나 작가야’ 하며 으스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책에 ‘저자 오세용’이라고 적히면 얼마나 짜릿할까 싶었다. 게다가 적힌 내용은 모두 내가 쓴 것이니 그 내용을 강의 등으로 말하는 것 역시 무척 뿌듯할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책을 쓰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먼저 콘텐츠가 있어야 했다. 아무 말이나 쓸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서평을 쓸 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썼다. 하루 종일 앉아서 서평만 쓰던 시절도 있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가져온 글이 아닌 오로지 내 머릿속에 있는 내 이야기를 쓴다니. 얼마나 많은 콘텐츠가 쌓여야 책 한 권으로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콘텐츠가 있다고 해도 콘텐츠 만드는 법을 알아야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자서전을 기자나 작가에게 부탁해 쓰기도 한다. 대필이 아닌 말 그대로 타인의 시선에서 쓰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신이 바빠서도 있지만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나는 언젠가 성공한다면 내 이름으로 내 책을 내고 싶었다.

어쨌든 책을 읽을수록 특히, 정말 잘 쓴 책을 읽을수록 ‘작가’라는 내 버킷리스트는 멀어져만 갔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기자,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우다

SI 개발자로 4년, 창업자와 프리랜서로 2년을 보내던 어느 날, 메일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전문지를 만드는 미디어인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거였다. 내가 창업했던 <도밍고컴퍼니>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창업 이야기가 휘발되는 게 아까워 창업기를 칼럼으로 적었다. 그리고 그 창업기가 실제 미디어에 연결이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IT 기자가 됐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꽤 역사가 깊다. 1983년 창간해 현재는 정간했지만 IT 업계 시니어들에게는 꽤 친근한 전문지다. 나는 2018년,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기자로 일했는데 당시 편집장에게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내게 콘텐츠 만드는 법을 알려준 조병승 전 편집장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내가 출판에 참여한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총 6권으로 분기마다 발행되는 계간지를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한 권을 위해 3개월 동안 200페이지가 넘는 콘텐츠를 편집장과 둘이서 발로 뛰며 만들었던 경험은 개발자가 기자로 변신하기에 충분한 농도의 업무였다. 이때 나는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라는 별명을 만들어 필자들에게 친근한 기자가 되려 했고 덕분에 정말 많은 개발자와 이어질 수 있었다.

콘텐츠가 출판되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주제를 선정하고 ▲필자 대상을 정하고 ▲필자를 컨택해 기고를 부탁하고 ▲콘텐츠 초안을 받고 ▲수정하고 ▲교열하고 ▲인쇄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출판에 관한 전반적인 사이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후 기자를 그만두고는 출판사 <스튜북스>를 설립해 친구들과 실제 출판을 했다. 6권을 출판했던 경험을 살려 POD(주문형 출판) 북으로 2권을 출판했는데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역시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빠르게 배우는 것 같다.

(클릭) 스튜북스

그렇게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실제 출판을 했지만 아직 작가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나는 단독 저서를 집필하고 싶었고 내가 만든 사이드 출판사가 아닌 실제 업으로 운영되는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기회가 찾아왔다.

커리어를 콘텐츠로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은지는 사실 모호했다. 적어도 어떤 분야에 10년은 일해야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개발을 10년한 개발자로서 사실 10년도 짧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전문가로 불리기에 물리적 기간이 절대적일까 싶기도 하다. 결국 내 콘텐츠를 만드는 건 너무도 모호했다.

기자 생활을 마치고 개발자로 돌아온 나는 개발자 삶에 집중하는 한편 비즈니스 미디어 <와레버스>를 운영하며 콘텐츠에 관한 갈증을 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안이 왔다.

IT 출판사 <비제이퍼블릭>에서 메일이 왔다. 당시 협업 도구 노션을 조직에 적용한 글을 썼는데 이후 지인의 요청으로 작은 모임에서 발표를 했고, 이어서 노션 공식 웨비나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그 내용을 블로그에 쓰고 노션 공식 웨비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 콘텐츠를 출판사 편집자가 발견한 것이다.

당시 회의 중이었던 나는 애플워치 알림을 보고 심장이 두근댔던 기억이 생생하다. 메일을 주고 받으며 일정을 조율하는데 마침 출판사 <비제이퍼블릭>과 내가 속한 회사가 같은 건물에 있는 우연이 있었다. 그렇게 편집자님을 만났고 출판까지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사실 노션 도입기 콘텐츠는 출판은 커녕 노션 공식 웨비나까지도 생각하지 않았던 콘텐츠다. 이 이야기를 콘텐츠화 하는데 나를 적극 지지해 준 사람이 있다. 인공지능 기반 바이오 스타트업 포트래이 이대승 대표님은 내 이야기가 콘텐츠화 돼야 한다는 응원을 주셨고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콘텐츠를 발굴해 주신 분이다. 다시 한 번 이대승 대표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책을 읽으며 작가라는 꿈을 꿨고, 우연히 기자가 돼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우며 책을 6권 출판했다. 이어서 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2권 출판했고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비즈니스 미디어 <와레버스>를 만들어 이어왔다. 그리고 정말 우연한 기회에 내 커리어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 기회를 얻었다.

팀장님, 우리도 협업 도구 쓸까요?

도서 <팀장님, 우리도 협업 도구 쓸까요?>는 2021년 3월 첫 제안 메일을 받으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출판했으니 딱 1년이 걸린 셈이다. 책을 출판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단독 집필을 위해 1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1년까지 걸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8권 출판해 본 경험이 있고 꾸준히 글을 써왔으니 훨씬 빠르게 출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콘텐츠도 준비된 상태이니 탄탄대로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다른 것은 단독 집필이라는 것. 그리고 이는 내 그동안의 모든 경험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출간 제의를 받고 한 달 뒤인 2021년 4월에 ‘출판권설정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제 정말 나는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책을 쓰기 시작하며 고려해야 할 게 참 많다. ▲어투 ▲들여쓰기 등은 물론 ▲어떤 도구로 쓸 것인지 ▲인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지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대제목, 소제목 등은 어떻게 표시 하는지 ▲본문 내 밑줄 등 표시는 어떻게 하는지 등 출판사와 협의할 일이 많다. 기자 시절에는 이 모든 것을 내가 필자에게 안내했으나 이제는 내가 출판사에 맞춰야 했다.

그렇게 사전 준비를 마치고 어느 날 카페에 앉았다. 이제 집필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책 한 권을 나 혼자서 다 써야 한다니. 생각해 보니 기자 시절에는 20명이 넘는 필자에게 ‘글 써주세요’ 연락하는 게 내 일이었다. 스튜북스 출판은 이미 친구들의 콘텐츠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교열, 편집을 하며 출판한 게 내 일이었다. 책을 8권 만들었으니 9번째 책은 쉽다며 허세를 부렸는데, 9번째 책이 아닌 내 첫 번째 책이었다.

2021년 하반기에는 매주 주말 카페에서 살았다.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았다. 심지어 도서 <팀장님, 우리도 협업 도구 쓸까요?>는 협업 도구 이야기로 화면 캡쳐 이미지가 많았다. 이를 하나하나 캡쳐하고, 주요 포인트에 표시하는 등의 일이 모두 내 몫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캡쳐해둔 화면이 갑자기 업데이트가 돼 다 바뀌면 어떡하나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또한 이미 콘텐츠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만들어 둔 콘텐츠는 전체의 1/3도 안 됐다. 나머지는 이 시기에 다시 쓴 것이다. 물론 미리 만들어 둔 콘텐츠가 책의 핵심 메시지인 건 맞지만,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위 기승전결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부족한 살을 채워 넣는 작업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MS워드로 1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다. 글을 쓰며 이는 굉장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집필을 마치고 베타리딩을 지나 디자인을 넘어 인쇄까지 가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렸다. 결국 내 손에 책이 쥐어지기까지 1년이 걸렸는데 사실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늘 함께 쓴 책을 손에 쥐었는데 내가 단독 집필한 책을 손에 쥐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책을 받아보고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이 하는 의식인 서점 방문이 남았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방문해 내 책이 꽂혀있는 걸 보니 그야말로 감회가 새로웠다. 2만 원을 받기 위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던 어느 대학생이 작가라는 꿈을 꾸며 10년을 지나 교보문고에 단독 저서 책이 꽂히다니.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종종 주변 서점에 가서 내 책을 찾아보곤 한다.

단독 저서라고 했지만 이 책은 나 혼자 만든 책이 아니다. 도서의 시작인 집필 제안부터 출판까지 늘 ‘우리 책’을 만드는 나의 파트너로서 함께해 준 김수민 편집자님이 아니었다면 단언컨대 나는 작가가 될 수 없었다. 언젠가 다시 함께 ‘우리 책’을 만들 날을 손꼽으며 다시 한번 김수민 편집자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클릭) 팀장님, 우리도 협업 도구 쓸까요?

마무리

서평으로 기본기를 닦으며 작가라는 꿈을 꿨다. 우연히 기자가 돼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웠고 다시 우연히 내 콘텐츠를 응원해 준 사람을 만나 용기를 냈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를 만나 꿈을 이루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 이야기를 책을 출판한 2022년 2월부터 줄곧 쓰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작가가 된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너무도 뛰어난 작가님들이 많아 이정도 책으로 내가 ‘작가’가 됐다고 말해도 되나 싶었다. 그렇게 작가가 되고 실감나지 않는 1년이 지나면서 몇몇 연락을 받았다. 작가라는 이유로 얻을 수 있는 강연 제안이었다.

나도 책 쓰고, 강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10년 전이다. 그런데 내게 책을 써달라고 하고, 강연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다니.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었다. 지난 1년은 내 커리어에도 큰 변화가 있었고 덕분에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차분히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이제야 되돌아본 10년은 또 하나의 어떤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만약 어떤 꿈을 꾸고 있다면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읽고 힘을 냈으면 한다. 결국 손에 쥘 수 있더라. 만약 어떤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면 내 이야기를 읽고 힘을 냈으면 한다. 결국 기회가 오더라. 만약 어떤 꿈의 크기에 압도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한 걸음 나아갈 용기가 됐으면 한다. 생각보다 그리 거대하지 않을 수 있다.

내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뿌듯하다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음에는 내가 ‘강사’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